PC 판매량 폭락을 불러온 윈도우8의 치명적인 문제는

ballmerIDC에 따르면 2013년 1분기 PC 판매량이 무려 14%나 폭락했다고 합니다. 이것은 스스로 발표한 IDC가 이전에 예상 발표를 했던 하락폭 7.7%의 거의 두배에 가깝습니다. IDC는 물론 그 발표를 인용한 대부분의 보도들도 그 주원인으로 윈도우8의 부진을 꼽고 있습니다.

물론 태블릿 시장의 확대로 PC 시장이 줄어드는 추세는 현실이기 때문에 역시 원인으로 들 수 있지만, 사실 태블릿 열풍은 윈도우8이 올라탈 수도 있었고 MS도 그러려고 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다지 결정적인 원인은 아닙니다.

기술적으로만 보면, 윈도우8은 윈도우7을 포함한 이전 버전 제품들에 비해 장점들도 많습니다. 크게는 부팅 속도 단축, 계정 동기화, 검색 강화 등이 있겠고, 자잘하게는 멀티 모니터에서 작업표시줄의 분할, 파일 복사 기능의 강화, USB에 윈도우8을 깔아 부팅하는 Windows To Go 등도 좋은 개선입니다. (나머지 장점들은 대부분 OS 기능이라기보다는 애플리케이션 수준이죠.)

이런 장점들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10년 이상씩 윈도우를 사용해온 사용자들이 윈도우8을 기피하도록 만든 결정적인 문제점은 무엇일까요. 다들 아시다시피 지난 수년간 PC 시장이 위축될 것이라는 것 자체는 누구나 예측되어온 상황입니다. 따라서 윈도우8에 대한 문제 분석은 전통적인 PC OS로서의 윈도우8의 문제점과, 윈도우 시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태블릿 PC 시장 문제로 나누어서 따져봐야 할 것입니다.

1. 변태적인 윈도우8의 UI

단순히 기존의 시작 버튼을 없애고 다른 방법으로 대체하는 것만으로도 사용자들에게는 큰 충격입니다. PC, 노트북은 새로운 기기가 아닐 뿐더러, 대부분의 사용자들이 이미 10년 이상 익숙하게 사용해오던 ‘생활 기기’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이런 차원을 넘어 MS는 윈도우8을 사용하는 기본적인 인터페이스 방식부터 바꾸기를 강요했습니다. 마우스 대신 터치를 이용하도록 말이죠.

Windows8‘생활기기’인 PC의 사용법을 일순간에 바꿔버리는 것은, 용도와 휴대성이 다른 새로운 기기인 스마트폰, 태블릿을 위해 새로운 사용법을 배우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죠. 비유하자면, 현대기아차가 일순간에 모든 차량에서 핸들 대신 조이스틱이나 마우스를 달아준 것과 같은 사태입니다. 조이스틱이 핸들보다 자동차 조향에 더 편리하다고 우겨봤자, 대부분의 운전자들은 수십년 익숙한 기기인 핸들을 버리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 당연합니다. 물론 완전히 새로 운전을 배우는 젊은 세대 일부는 조이스틱을 반길 수도 있겠죠.

시작메뉴 대신 터치 기반의 메트로 메뉴가 사용자들로부터 받는 방응이 딱 그와 같습니다. PC의 기본 인터페이스 방식으로서 터치가 마우스보다 더 나으냐 아니냐의 문제는 다음 문제입니다. 굳이 필요하지도 않은데 십수년간 익숙해진 것을 바꿔버린 것이 가장 큰 문제죠. 상당히 연습하면 조이스틱으로도 자동차를 운전할 수 있을 것이고, 그런 연습 끝에 적지 않은 운전자들은 자신에게는 조이스틱이 핸들보다 실제로 더 편리하다는 것을 발견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때문에 당장 핸들 대신 조이스틱을 원하는 운전자는 거의 없을 것입니다.

물론 윈도우8에서도 시작메뉴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서드파티 툴들이 있습니다. 조이스틱 승용차에도 애프터마켓에서 구입해서 핸들 장치를 설치할 수 있는 것처럼요. 하지만 조이스틱이 달린 자동차에 엄청나게 큰 매력이 있는 것이 아니라면(예를 들어 연비가 100km쯤 된다든지) 굳이 조이스틱 차량을 구입해서 핸들로 개조하려는 사용자는 많지 않을 수밖에 없습니다.

당연히, MS도 시작 메뉴를 없애는 것이 적지 않은 반발을 받을 것이라는 것을 전혀 모르지는 않았겠죠. 물론 이정도로 큰 반발을 불러올 줄은 예상하지 못했겠지만요. 그럼 많건 적건, 사용자들이 반발할 것이라는 사실 자체는 예상했는데도 이런 지나친 변화를 추구한 것은 왜일까요.

그것은 물론 장기적으로 PC 시장의 상당부분을 먹어버릴 것이 확실시되는 태블릿 시장으로 발을 넓히기 위해서지요. 윈도우가 PC와 노트북에만 머무른다면 5년이나 10년쯤 후에는 윈도우 사용 기기 자체가 크게 감소할 수밖에 없으니, 태블릿 시장에서도 윈도우의 지분을 만들고 최대한 키울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MS의 치명적인 실수는, PC 사용자와 태블릿 사용자가 동일한 UI를 사용하도록 한 것입니다. 기기 형태와 사용 방식이 다를 수밖에 없는 PC와 태블릿을 단 한가지 방식으로 통일시키려 고집하다보니, 윈도우8은 태블릿 OS로도 불편하고 PC OS로도 불편한 어정쩡한 UI가 되어버렸습니다.

MS는 하나의 UI로 통일하는 대신, 태블릿 모드와 데스크탑 모드를 분리하고 사용자가 필요한 대로 혹은 자동으로 전환하도록 만들 수도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태블릿 모드로 사용하다가 키보드가 연결되면 데스크탑 모드로 자동 전환되도록 한다든지 말입니다.

그렇게 두 가지의 UI 모드를 만드는 것이 MS에게 그다지 어렵거나 힘든 일도 아닙니다. 그럼에도 MS는 데스크탑 사용자와 태블릿 사용자가 오직 하나의 UI만을 공통으로 사용하도록 강요하는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그렇게만 했더라도 시장 상황은 훨씬 나았을 겁니다. 최소한 새로 노트북을 구입하는 사용자가 굳이 윈도우7 설치 기기를 찾아헤매거나 윈도우8 제품을 구입해서 윈도우7으로 다운그레이드 하는 상황 정도는 막을 수 있었을테니까요.

2. 나오지 말았어야 했던 윈도우RT

위에서 설명한대로, MS는 시작버튼을 없애고 메트로 메뉴로 사용자들을 불편하게 하는 악수를 감수하면서까지 태블릿 시장을 공략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태블릿 시장 전략의 측면에서도 큰 실수를 하면서 충분히 MS가 가져갈 수 있었던만큼의 몫을 가져가지 못했습니다.

1268417142기술적인 면에서 보자면, MS가 윈도우8을 출시하면서 추진한 가장 큰 변화는 윈도우RT입니다. ARM 프로세서를 위한 윈도우RT를 기존의 인텔 프로세서용 윈도우8과 동시에 출시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애플리케이션이 호환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WinRT라는 전혀 새로운 프레임워크도 내놓았습니다. WinRT 기반으로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면 ARM 기반의 윈도우RT와 인텔 기반의 윈도우8 양쪽 모두 사용할 수 있도록 말이죠.

사실 WinRT를 내놓은 것은 다른 중요한 의미도 있습니다. 지난 10년 이상 고집스럽게 밀어붙여온 닷넷 전략을 사실상 포기한 것입니다. 단지 이기종 하드웨어 사이의 호환성을 위해서라면, ARM과 인텔 사이의 크로스플랫폼 프레임워크로 완전히 새로운 WinRT라는 것을 내놓는 대신 기존의 닷넷을 사용할 수도 있었고, 그런 선택은 닷넷의 개념에도 잘 맞는 선택이었을텐데도, MS는 굳이 WinRT라는 것을 새로 내놓음으로써 원론적으로 닷넷을 쓸모없는 것으로 만들어버렸습니다.

ASP.NET이 있으니 완전히 닷넷은 포기한 것은 아니다, 라고 반론하실 분도 있을지 모르겠는데요. 이 ASP.NET은 원래는 닷넷과는 무관한 기술이었습니다. ASP.NET은 닷넷의 최초 발표 이전부터 닷넷과 완전히 별개로ASP+라는 이름으로 개발해서 사전 공개까지 되었던 기술로서, 엄밀히 말해서 닷넷이 없었더라도 발표되었을 개별적인 기술입니다.

원론적으로 봤을 때, 윈도우 OS 사용자들이 윈도우라는 OS에 묶여 있는 것은 윈도우라는 OS 자체가 좋아서가 아닙니다. 냉정하게 따져보면, 윈도우 OS에 대한 의존성은 다음의 두 가지 문제로 구분됩니다. 첫번째는 이미 오랫동안 익숙해진 윈도우의 ‘사용법’에 대한 의존성이고, 두번째는 어마어마하게 많은 기존 윈도우 애플리케이션들에 대한 의존성입니다.

1091366197

그런데 윈도우RT는 이 애플리케이션에 대한 의존성을 무시한 OS입니다. WinRT로 새로 개발하면 단일 애플리케이션을 윈도우8과 윈도우RT 사이에서 양쪽 모두 사용할 수 있다지만, 어마어마한 기존의 애플리케이션들은 윈도우RT에서 전혀 실행할 수가 없습니다. 게다가 WinRT 애플리케이션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것도 아니어서 당장 윈도우RT에서 선택 가능한 애플리케이션들의 수부터가 크게 제한됩니다.

그래도 MS는 ARM 기기 기반의 윈도우RT가 성공할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고 봤던 모양입니다. 그리고 이 윈도우RT의 성공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해 수십년간의 전례를 깨고 직접 서피스RT라는 기기를 출시하기까지 했습니다. 인텔 기반의 서피스 프로도 출시했지만 당초 예정했던 일정보다 크게 미루면서까지 윈도우RT 시장이 커질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이 서피스RT를 포함해서 시장에 나와있는 윈도우RT 기기들 모두가 의미 있는 점유율 확보에 실패했습니다. 참패했다는 표현이 딱 맞죠. 그런데 여기서 재미있는 부분은, ARM 기반 윈도우RT 태블릿들의 흥행 참패와 대조적으로 인텔 윈도우8 태블릿들은 윈도우RT 태블릿과는 달리 상당히 만만찮은 판매를 이어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현재 윈도우8 태블릿은 크게 3가지로 나뉘어집니다. 하나는 MS가 가장 적극적으로 밀고 있는 윈도우RT 태블릿, 그리고 울트라북에 쓰이는 것과 같은 코어 i5/i7 기반의 태블릿, 그리고 마지막으로 클로버트레일 아톰 기반 태블릿입니다. 이중 코어 i5/i7 기반이 당연히 가장 성능적으로 뛰어나지만, 대신 휴대성이 크게 떨어집니다. 가장 가벼운 것조차 무게가 850g을 넘어가고 배터리도 몇시간밖에 쓸 수 없습니다.

반면 클로버트레일 아톰 기반 태블릿들은 560g~700g 사이의 무게에, 배터리도 10시간 전후까지 지속되는 등 ARM 태블릿과 비교해서 뒤쳐지는 부분이 없으면서 성능은 좀 더 뛰어납니다. 아톰이라고 하면 수년전 버벅이던 넷북의 기억 때문에 기피하는 사용자들이 많습니다만, 클로버트레일은 당시의 아톰에 비해 성능이 많이 개선되었습니다.

클로버트레일은 성능 자체도 크게 개선된 데다가 듀얼코어이기 때문에 윈도우8을 돌리고 웬만한 윈도우 애플리케이션을 운영하는 데에 별 무리가 없을 정도의 성능이 나옵니다. 전 실제로 2종류의 클로버트레일 태블릿을 구입해서 사용해봤으며 현재도 그중 씽크패드 태블릿2를 사용중입니다.

문제는, 클로버트레일 윈도우 태블릿과 ARM 윈도우 태블릿은 휴대성과 배터리, 화면 등의 여러 기준에서 볼 때 거의 동등하며, 성능은 클로버트레일이 더 뛰어나다는 것입니다. 거기에 가격도 큰 차이가 나지 않으며, 결정적으로 클로버트레일은 인텔 프로세서이기 때문에 당연히 기존의 윈도우 애플리케이션을 다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태블릿 시장에서 MS가 공들인 윈도우RT의 잠재 시장이 클로버트레일 윈도우8 태블릿에 의해 대부분 잠식되는 결과가 일어났습니다. 자기잠식이죠. 더욱이 MS가 윈도우 태블릿 시장의 미래를 ARM에 의존하려는 움직임에 적극적으로 방어에 나선 인텔이 클로버트레일을 강조하고 나서면서, 과거의 주요 동지였던 인텔과 MS가 태블릿 시장에서 정반대 방향으로 엇박자 마케팅을 한 것이죠. 심지어 인텔은 공개적으로 윈도우RT를 깎아내리기도 했습니다.

이건 인텔보다는 명백하게 MS의 잘못입니다. ARM 전용 윈도우RT라는 건,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플랫폼이 기존 애플리케이션들을 배신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원론적으로 봤을 때 “플랫폼은 앱을 위해 존재” 합니다. 윈도우 애플리케이션이 동작하지 않는 윈도우를 윈도우라고 부를 수 있는가, 라는 의문도 가능합니다.

과거의 인텔 프로세서는 ARM과 동등한 수준의 저전력을 끌어낼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MS는 수십년 우군인 인텔을 배신하면서까지 ARM을 윈도우 태블릿의 미래로 점찍었던 거죠. 문제는 인텔이 생각보다 빠르게 ARM을 따라잡고 있다는 것입니다. 올 연말에 출시될 베이트레일 세대에서는 전력소모와 성능 모두 ARM 프로세서들을 훨씬 능가하는 수준에까지 이를 전망입니다.

사실 하드웨어의 발전은 소프트웨어의 발전보다 훨씬 선형적이고 예측하기 쉬워서, 인텔은 수년 후의 로드맵까지 거의 항상 큰 차이 없이 지켜왔습니다. MS가 바로 다음해의 출시 일정마저도 여러번 정정하는 것과 차이가 크죠. MS로서는 클로버트레일 세대가 되면 굳이 ARM을 위해 엄청난 투자를 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미리 알았어야 했습니다. 인텔이 일부러 숨긴 것도 아니고, 인텔의 로드맵이 종종 틀렸던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이렇게, MS는 윈도우8 제품 전략에서 초일류 글로벌 기업으로선 믿기 힘들 정도의 닭짓을 2가지나 한꺼번에 해냈습니다. 이런 설상가상의 실수가 겹쳐서, PC 판매량이 역사상 최대 수준으로 폭락하는 대형사고가 일어난 것이죠.

MS는 윈도우RT를 철회할 수 있을까?

시장에서 안먹히는 제품은 안만드는 게 기업의 당연한 원칙입니다. 그런데 MS는 간단하게 윈도우RT 전략을 철회할 수가 없는 입장입니다. 가장 골치아픈 문제는 WinRT입니다. WinRT는 인텔 윈도우8과 윈도우RT 사이의 애플리케이션 호환을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그러면서 얼렁뚱땅 닷넷 포기 사실을 WinRT 소식 안에 묻어버렸죠.

그러니, MS로선 윈도우RT를 포기하고 나면 덩달아 WinRT를 계속 밀고 나갈 근본적인 명분이 허공으로 사라져버립니다. 바로 1년 전에 개발자들에게 WinRT를 역설했던 MS가 개발자들에게 할말이 없어질 뿐만 아니라 개발자들의 이탈을 더욱 가속화시키게 될 것입니다.

MS의 제품 전략에서 개발자들은 가장 주요한 수단들 중 하나입니다. 애초부터 성공 가능성이 희박했던 닷넷을 MS가 10년 넘게 끌고 올 수 있게 해줬던 동력도 MS가 과장해서 발표하면 호응하고 들떠서 안달하는 개발자들이 수없이 많이 있었기 때문이죠. 돌아보면, 닷넷은 지난 10년 사이 IT 업계 전체에 걸쳐 가장 호들갑스럽게 발표하고 떠들어댔으면서 그에 비해 가장 극적으로 실패한 기술일 것입니다.

어쨌든 이런 이유로, MS는 쉽게 윈도우RT를 철회할 수가 없는 입장입니다. 따라서 적어도 한개 버전의 윈도우RT는 더 출시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특히 최근 MS가 7인치 서피스를 출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이 역시 인텔 윈도우보다는 윈도우RT가 될 가능성이 커보입니다. MS의 기존 서피스도 윈도우RT를 가진 서피스RT와 코어i 프로세서의 서피스 프로 뿐, MS는 철저히 클로버트레일 프로세서를 무시해왔는데, 코어i 프로세서는 7인치대 크기로 소형화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