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항소심에서부터 강사휴게실 PC들에 대한 디지털 증거의 원본 동일성 문제를 강조해왔습니다. 원본 동일성과 무결성 문제는 디지털 증거의 변조 문제를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기술 전문가의 입장에서 봤을 때 피고인의 참여권 문제보다 이쪽이 훨씬 심각합니다.
디지털 증거에 있어, 무결성이란 압수한 이후로 증거로 제출될 때까지 변경 혹은 훼손되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것을 의미하고, 원본 동일성은 복제본이 원본과 동일한가를 증명하는 것으로, 엄밀하게 말하면 별개의 개념입니다. 하지만 디지털 증거는 법정에 제출되는 과정에서 어떤 식으로든 출력 또는 복사를 거칠 수밖에 없어, 원본 동일성과 무결성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습니다. (이 포스트에서는 주로 ‘원본 동일성’이라고 표현할 것입니다.)
정경심 교수의 강사휴게실 PC들의 경우, 동양대에서 임의제출로 압수하는 과정, 그리고 압수 직후 증거 등록의 과정에서 수사실무상의 절차들을 연거푸 무시함으로써, 무결성과 원본 동일성이 치명적으로 훼손되었습니다. 게다가 합리적으로 증거 변조 가능성을 의심할만한 여러 정황들까지 있었으므로, 원본 동일성과 무결성 훼손을 반드시 따졌어야 했습니다.
이번 포스트에서는 강사휴게실 PC를 둘러싼 원본 동일성 문제의 사실관계부터 살펴보고, 다음 포스트에서는 항소심과 상고심 재판부가 어떻게 이런 심각한 원본 동일성 문제를 그냥 무시하고 넘어갈 수 있었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
원본 동일성/무결성의 개념과 참관의 중요성
문서 등의 일반적인 증거물은 사후에도 문서 감정 등으로 증거능력을 검증할 수 있지만, PC나 스마폰 등의 기기 내에 담긴 디지털 정보들은 변조가 매우 용이하고, 사후에는 변조 사실을 적발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수사기관은 디지털 증거를 처음 접수하는 시점에서 증거에 변조가 없었음을 증명해야 합니다.
원본 동일성과 무결성이란 이렇게 디지털 증거의 경우 제출하는 측이 조작이 없었음을 증명해야 한다는 법리입니다. 무결성은 원본 그 상태가 변조나 훼손 없이 그대로 유지되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고 원본 동일성은 출력 혹은 복제 과정에서의 변조 없음을 증명하는 것입니다.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자면, 디지털 증거는 그 자체만으로 증거능력이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변조 없었음’ 증명과 함께 해야만 증거 능력이 생긴다는 것입니다. 비유하자면 값비싼 보석 등이 감정서와 함께 유통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는데요. 다만 보석은 감정서가 없더라도 (상당한 불편과 비용을 감수하면) 사후에도 추가 감정이 가능하지만, 디지털 증거는 사후 감정으로는 그 진위 판별이 불가능하다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강사휴게실 PC들처럼 매체를 통째로 압수한 경우, 검찰, 경찰 등 수사기관에서 규정하고 있는 증거 처리 절차는 이렇습니다. 해당 매체(PC)를 압수한 현장에서 즉시 봉인하여 이송하고, 봉인이 유지된 상태에서 참관인 입회 하에 봉인을 뜯고 ‘해시’ 절차를 실시하고, 그 현장에서 참관인에게 해시 값을 제시하고 확인을 받아야 합니다.
‘해시’라는 것은, 특정한 종류의 알고리즘(해시 알고리즘)을 이용하여 디지털 정보로부터 ‘디지털 지문‘ 값을 숫자로 산출해내는 것입니다. 이 해시 계산의 결과값을 ‘해시 값’이라고 하는데, 대상 데이터가 동일할 경우 항상 같은 값이 나오고, 원본이 단 한 글자라도 바뀔 경우 완전히 다른 값이 나오는 수학적 특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한번 ‘해시 값’이 산출되고 나면, 해시 값을 다시 계산해봄으로써 원본이 변조되지 않았는지, 변조 없이 복사되었는지를 매우 간단하게 검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해시 값은 디지털 증거의 원본 동일성 증명에 있어 기술적으로 가장 효과적인 수단입니다.
해시 작업은 ‘봉인 교체 작업’, 따라서 참관은 필수
디지털 증거에 대한 해시 값은, 앞서 살펴본 것과 같이 사후 변조 사실을 쉽게 적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증거물에 대한 디지털 봉인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해시 값의 무결성, 동일성 증명 효과는 해시 작업을 수행한 시점 이후로만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해시 작업 이전에 데이터를 변조했는지 여부에 대해선 아무런 증명이 되지 않습니다.
이것은 물리적 봉인이 봉인 라벨을 붙인 이후로만 증명력이 있는 것과도 동일합니다. 봉인을 하기 전에 무슨 변조, 훼손을 했는지 확인이 불가능한 것과 동일하게, 해시 값도 해시 작업을 하기 전의 변조, 훼손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증명력이 없습니다. 더욱이, 봉인 해제 및 해시 작업을 하는 현장에 적절한 참관인이 없을 경우, 물리적 봉인을 언제 해제했는지 알 수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디지털 증거의 물리적 봉인 해제 및 해시 작업 현장에는 피고인측 혹은 제3자의 참관이 필요합니다. 만약 수사기관 관계자들만이 있는 자리에서 물리적 봉인을 뜯고 해시 작업을 하게 되면, 과연 해시 착수 직전에 봉인을 뜯고 즉시 해시 작업을 한 것인지, 아니면 몇 시간, 며칠 전에 뜯어서 넉넉히 변조를 한 후에 해시 작업을 한 것인지 확인이 불가능합니다. 원본 동일성과 무결성이 완전히 무너지는 것입니다.
다르게 설명하자면, 해시 작업이란 물리적 봉인을 해제하고 새로운 ‘디지털 봉인’을 하는, ‘‘봉인 교체 작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봉인은 변조나 훼손을 막기 위한 것인만큼, 봉인을 교체하는 작업을 피고인도 객관적인 제3자도 없이 수사기관 관계자들끼리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그래서 참관이 필요한 것입니다.
만약 수사기관 관계자만이 모여 봉인 해제를 한다면, 수사 규정상 정해져 있는 봉인에 날인 혹은 서명을 받는 절차도 실제로는 무의미해집니다. 어차피 누구도 보지 않는 상황에서 봉인을 해제할 것이니, 봉인의 날인은 요식행위에 불과한 것입니다.
단계별로 나누어 살펴보자면, 압수 시점부터 봉인을 해제하는 시점까지는 봉인이, 봉인을 뜯고 해시 값을 산출해내는 시점까지는 참관인이, 해시 값 산출 완료 시점부터는 해시 값이 원본 동일성과 무결성을 보장하는 것입니다.
이런 이유로 봉인, 참관인, 해시 값은 기술적으로 디지털 증거에 대한 원본 동일성, 무결성 확보의 3대 필수요소입니다. (수사기관 측의 사정으로 불가피하게 참관인을 두지 못하는 경우에는, 동영상을 촬영하는 등의 방법으로 참관인의 역할을 대신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임의제출 전 검사측의 무결성 훼손
이제 원본 동일성의 원론을 떠나, 정경심 교수의 표창장 사건을 살펴봅시다. 표창장 사건 수사에서 강사휴게실 PC들의 원본 동일성은, 임의제출 압수 전에 1차로 훼손되었고, 임의제출을 받은 후 대검에서 포렌식 착수 시점에 다시 2차로 훼손되었습니다. (임의제출 이전 시점에 대해서는 ‘원본 동일성’ 용어보다는 ‘무결성’ 용어가 좀 더 적절할 수도 있습니다.)
강사휴게실 PC들의 임의제출이 있었던 2019년 9월 10일 저녁 당시, 검사측 수사관 2명은 동양대 교양학부 조교 김 모씨로부터 간단한 구두상의 동의만 받고 해당 PC들을 켜서 살펴보고 있었습니다.
사실 이 시점에서 이미 해당 PC들의 증거로서의 무결성이 훼손된 것입니다. 제출자 김 모 조교는 해당 PC에 대해 본인이 아무런 권리가 없다는 점을 분명하게 하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조교의 권리 여부와는 별개로, 현장에 있었던 김 조교조차 참관시키지 않은 채로 수사관 두 사람만이 해당 PC들의 내용을 뒤져보았기 때문입니다.
검사측 수사관들은 강사휴게실 PC들을 교양학부 사무실로 반출하여 전원을 연결, 살펴보았는데, 이때 유일하게 현장에 있었던 김 조교는 화면이 보이지 않는 반대편에서 모니터의 뒷편만 보이는 상태에서 대기하고 있었을 뿐입니다.
나아가서, 검사측은 이날 무단으로 모종의 USB 저장장치를 PC1에 연결했습니다. 이 USB 연결과 관련, 검사측 수사관들은 김 조교에게 동의를 구하기는 커녕 통지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아래는 검사측 수사관들이 PC1을 조작하고 있었던 당시 USB 저장장치(시리얼넘버 ‘12345678BE92’)를 삽입함으로써 PC1의 이벤트 로그에 남은 흔적과, 다른 기록으로 남은 장치 코드를 추적하여 삼성의 “포터블 SSD T3” 기종임을 확인한 화면입니다.
검사측이 수사과정은 물론 재판 과정에서도 한번도 이같은 사실을 공개한 적이 없었으므로, 이런 USB 삽입 사실은 항소심에 들어 변호인측 포렌식을 전면 재실시하고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변호인이 법정에서 이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자, 검사측은 ‘선별압수를 위한 포렌식 도구들이 들어있던 USB일 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말뿐’이었습니다. 검사측은 그런 주장을 입증하기 위한 어떠한 실질적 입증 자료도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아래에서 이와 관련된 검사측의 심각한 문제점을 더 자세히 살펴볼 것입니다.)
임의제출 이후 검사측의 무결성, 원본 동일성 훼손
강사휴게실 PC들의 임의제출 압수 이후에도 원본 동일성이 크게 훼손 되었는데, 그 문제의 핵심은 봉인을 해제하고 해시 값을 산출하는 자리에 어느 누구도 입회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굳이 피고인측이 아니더라도 객관적인 사람이 참관하여 해시 값 산출까지 조작이 없었음을 증언할 수 있었다면, 원본 동일성의 개념상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설사 검사측에게 피고인인 정 교수의 재판에서의 방어를 무력화하려는 목적으로 피고인측에게 알리지도 참여시키지도 않은 채로 몰래 포렌식에 착수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가정하더라도, 그런 경우라도 동영상으로 봉인 해제 및 해시 과정을 전체 녹화해두는 차선책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검사측은 그조차도 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PC들의 봉인을 뜯은 후 해시 값 산출 시점까지 어떤 행위가 있었는지 아무런 입증도 되지 않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이런 상황을 알고도 원본 동일성 훼손이 아니라고 할 포렌식 전문가는 국내는 물론 세계 어디에도 없을 것입니다.
디지털 증거의 원본 동일성과 무결성은, 구체적인 변조 가능성 의심의 단서가 있어야만 증명의 필요가 있는 것이 아니라, 증거를 제시하는 검사측이 이유 불문하고 입증해야 하는 것입니다. 디지털 증거의 필수적인 증거능력에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기술적으로도 법리적으로도 논쟁의 여지가 없으며, 실제 변호인측이 항소심에서 저의 전문가 의견서와 결심공판 최후공판에서 원본 동일성의 하자 문제를 주장했을 때도 검사측은 최소한의 항변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정 교수의 강사휴게실 PC들의 경우에는, 단순히 이론적인 가능성 혹은 추상적인 가능성 차원의 의심을 넘어, 실제 합리적 의심이 드는 지점들이 여러 군데에 있습니다. 아래에서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의심 지점 1: 임의제출 전 USB 위법행위 적극 주장
검사측은 동양대에서 임의제출 이전 시점에 모종의 USB 저장장치 삽입 사실이 들통난 2021년 4월 12일 공판 이후로, 거의 2달이나 흐른 후에야 검사 곽중욱 명의의 의견서(2021년 6월 9일 제출)를 제출하여 서면 반박에 나섰습니다.
해당 의견서의 내용을 보면, 검사측은 아래와 같이 해당 USB 저장장치는 “디지털포렌식 툴인 CFT가 내장”되어 있었으며 “동일성과 무결성을 유지하며 파일 선별 압수를 시도하려면 당연히 접속시킬 수밖에” 없다 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이 검사 의견서에서조차도 이같은 주장을 입증할 증거는 커녕, 신빙성을 추정할 만한 관련 자료 하나조차도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 USB 저장장치 삽입 시점에 검사측은 압수수색영장도 없었고, 임의제출은 얘기도 꺼내기 전인 상태였습니다. 검사측이 김 조교에게 임의제출을 요구한 것은 이 PC들을 살펴본 이후였기 때문입니다. (이 시점 검사측은 해당 PC들을 “잠시 켜서 살펴보겠다” 라고 김 조교에게 구두 동의를 받았을 뿐이었습니다.) 즉 검사측은 이 PC들에 대해 아무런 권한도 없었습니다.
그러므로, 검사측 주장을 그대로 믿는다고 해도, 영장도 임의제출도 아닌 상황에서 “선별압수를 시도” 했다고 스스로 밝힌 것입니다. 티끌만큼의 여지도 없이, 명백한 위법한 수사행위를 했음을 적극 주장한 것입니다.
사실로 믿는다고 해도 아예 위법한 증거수집 시도에서 검사측이 주장하는 ‘동일성과 무결성’이 확보될 리가 만무하며, 또한 누구도 보지 않는 상황에서 PC들을 몰래 포렌식하려 시도했다는 것으로, 이 자체가 사실상 적극적으로 ‘동일성과 무결성’을 훼손한 행위입니다.
그러고도 검사측은, 내심의 의도가 어땠는지와 무관하게 동일성과 무결성을 훼손한 사실 자체는 방어할 생각은 하지 못하고, ‘의도가 그렇지 않았다’라는 임기응변식 변명에만 일관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USB 저장장치 삽입의 경위에 대해 검사측 스스로 위법수사 행위를 적극 주장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식적으로 그보다 더 심각한 위법 행위, 즉 증거 변조를 시도하지 않았다고 믿기가 어려운 것입니다.
의심 지점 2: 임의제출 후 변조에 충분한 기회와 시간
검사측이 강사휴게실 PC들을 임의제출 받아 압수한 시간은 2019년 9월 10일 오후 7시 30분이 좀 넘은 시점이었고, 검사측 포렌식 분석보고서(포렌식 분석보고서 2019지원12467)의 기록에 따르면 해당 PC들을 채증하기 시작한 시점은 다음날인 9월 11일 오전 9시 30분 경이었습니다.
야간 시간 기준 영주 풍기읍에 있는 동양대에서 서울의 대검까지 이동하는 데에 걸리는 시간은 불과 2시간 남짓입니다. 결국 해당 PC들이 대검에 도착한 시간을 11시로 잡더라도, 채증 작업 시작 전까지 무려 10시간이 넘는 시간적 여유가 있었습니다.
여기서, 이 10시간이 검사측이 주장하는 표창장 제작에 걸린 시간보다 몇 배나 많은 시간이라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검사측이 주장하는 IT비전문가가 표창장을 만들 시간보다 몇 배나 많은 시간이라면, 최고의 IT전문가들이 포진한 대검 포렌식센터에서라면 표창장을 수십 개 만들고도 남을 시간일 것입니다.
더욱이 과연 보고서에 기록된 그대로 9시30분에 봉인을 뜯었는지, 아니면 해당 PC들이 전날 밤 11시에 대검에 도착하자 마자 즉시 봉인을 뜯고 자료 변조부터 넉넉히 한 후에 해시 작업을 시작한 것인지, 확인할 방법이 전혀 없습니다.
게다가 검사측은 변조가 없었다라고 오직 말만으로 주장할 뿐, 원본 동일성과 무결성이 유지되었다고 증명하려는 시도조차 전혀 하지 못했습니다. 검사측은 제가 제출한 다른 전문가 의견서들에 대해서는 늦더라도 어떻게든 반박 의견을 개진하려 노력했으나, 저의 ‘원본 동일성’ 의견서에 대해서만은 어떤 의견도 제시하지 못하고 끝내 묵묵부답이었습니다.
의심 지점 3: SBS 직인파일 보도
SBS는 2019년 9월 7일 저녁 8시 뉴스에서, 그 며칠 전에 임의제출된 정 교수의 연구실 PC에서 동양대 총장 직인 파일이 발견되었다고 보도했습니다. 검찰을 인용한 보도의 내용이 아래와 같이 매우 구체적이어서, 우발적인 오보로 볼 여지도 없습니다. (SBS는 이 오보로 방송통신심의위로부터 법정제재 ‘주의’ 처분을 받았습니다.)
검찰은 지난 3일 조 후보자의 부인 정경심 교수의 동양대 연구실을 압수수색했습니다. 이후 정 교수는 압수수색 전에 연구실에서 가져갔던 업무용 PC를 검찰에 임의 제출했습니다.
검찰이 이 PC를 분석하다가 동양대 총장의 직인이 파일 형태로 PC에 저장돼 있는 것을 발견한 것으로 SBS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검찰은 총장의 직인 파일이 정 교수의 연구용 PC에 담겨 있는 이유가 석연치 않다고 보고 있습니다.
딸 조 씨에게 발행된 총장 표창장에 찍힌 직인과 이 직인 파일이 같은 건지 수사하고 있습니다.
출처 : SBS 뉴스
그런데 실제 해당 연구실 PC에는 총장 직인 파일이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완전한 오보였던 것입니다. (제가 해당 연구실 PC의 하드디스크 복제본으로 수차 다시 포렌식 분석을 해보았으나 역시나 그런 직인 파일은 확실히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정작 총장 직인이 발견된 것은 그로부터 3일 후에야 발견된 강사휴게실 PC 1호에서였습니다.
이는 마치, 검사측의 원래 계획에서는 ‘직인 파일’이 연구실 PC에서 발견될 예정이었던 것이 계획이 틀어져 강사휴게실PC에서 발견되었다는 얘기처럼 들립니다. 미래에 발견될 파일을 며칠 전에 보도하는 것이 과학적으로 불가능한 만큼, 이런 의심을 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입니다.
의심 지점 4: 연구실 PC는 2차례나 참관, 강사휴게실 PC는 왜?
정 교수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디지털 증거로서 임의제출 된 것은 강사휴게실 PC들만이 아닙니다. 정 교수의 연구실 PC 역시 김경록 차장에 의해 임의제출 되었습니다. 본인이 아닌 제3자에 의한 제출이라는 점도 동일합니다.
그런데 검사측은 연구실PC에 대해 채증 작업을 하던 당시에는 정 교수의 변호인을 불러 참관을 시켰습니다. 그런데 한 차례 형식적으로 참관을 한 정도가 아닙니다. 1차 채증 과정에서 포렌식 분석관의 실수로 인해 SSD를 누락, 채증 작업을 다시 해야 하는 상황이 되자, 번거롭게도 변호인을 재차 불러 또다시 참관을 시켰습니다.
포렌식 실무자인 분석관의 입장에서는 피고인측에 통보를 하고 입회를 기다려, 감시자인 외부인이 지켜보는 상황에서 이미징과 해시 작업을 하는 것은 적잖이 번거롭고 신경 쓰이는 일일 것이 당연합니다. 그런데도 자신의 황당한 실수를 드러내면서까지 재차 변호인을 불러 참관시킨 것을 볼 때, 검사측 포렌식 분석관 이승무는 봉인 해제 후 해시를 하는 현장에 참관이 필수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었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정확히 1주일 후, 강사휴게실 PC들을 이미징 및 해시할 당시에는 변호인측을 부르기는 커녕, 임의제출 압수 사실 통지조차 하지 않고 비공개로 채증 작업을 했습니다.
연구실PC와 강사휴게실PC들, 이 두 케이스는 법적으로 전혀 다르지 않습니다. 똑같은 PC 매체, 똑같은 임의제출, 똑같은 제3자 제출입니다. 심지어 당시 이 채증 작업을 하고 분석보고서를 작성한 사람 역시 이승무 분석관으로 동일인입니다.
불과 1주일 사이 동일한 검사측 분석관의 정면으로 상반된 행태를 설명할 방법이 없습니다. 실제로 검사측은 이에 대해 설명을 시도하려 하지도 못했습니다.
이 사실을 거꾸로 생각해보자면, 검사측 분석관 이승무는 포렌식 전문가로서 원본 동일성 문제로 증거능력 자체가 문제가 될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익숙한 채증 절차를 위반했습니다. 도대체 무엇을 위해 그렇게까지 했을까 생각하면, 강사휴게실 PC들에 대한 변조 가능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
의심 지점 5: 포렌식 보고서와 증언에서 수많은 허위
디지털 증거는 일단 변조가 되고 나면 그 사실을 사후적으로 적발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변조 사실이 확인되지 않는 것은 PC들 자체이고, 그것들을 분석한 결과로서 파생적 증거물인 검사측 포렌식 보고서들에서는 수많은 허위 내용들이 즐비합니다.
의도적으로 허위 조작한 포렌식 증거들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2013.03.28 전후 3일과 2013.06.16 전후 3일간의 PC1과 PC2 흔적들을 분석한 검사측 포렌식 보고서입니다(포렌식 분석보고서 2020지원7828).
근거 없이 PC1과 PC2가 같은 곳에 있었다는 대전제를 세워놓고 물리적으로 별개인 두 PC의 흔적들을 멋대로 뒤섞어 시간순으로 나열했을 뿐만 아니라, 실제 PC를 사용한 시간이 아닌 웹사이트들의 서버들에 게재된 시간을 정 교수의 사용 시간인 것처럼 설명했습니다.
심지어 이 분석관은 그런 허위 주장을 담은 보고서를 만들어내면서도, 자신에게 책임이 돌아올 것에 대비해 각주에는 ‘자료들 중 서버 시간 자료는 제외하고 봐야 한다’라고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해당 8만여건의 자료들 대부분이 서버 시간 자료로서 해당 시점들의 기록이 아닌데도 말입니다. 검사측 분석관은 친절한 설명의 본문 허위 주장과 달리 이런 실토(?) 각주에는 불친절한 기술 용어들을 남발하여, 해당 자료 대부분이 해당 시간대의 자료가 아니어서 완전히 무효한 자료라는 점을 재판부가 알아채기 어렵도록 했습니다.
IT전문가도 아닌 법관들이 도대체 어떻게 그런 주석의 실제 의미를 눈치 챌 것이며, 설령 알아챈다고 해도 법관들이 이 8만여건의 로우 데이터들을 한건 한건 서버시간을 구분해 제외할 수 있겠습니까. 결국 검사측의 의도대로, 실제 1심 재판부는 이렇게 엉터리 자료가 대부분인 8만여 건의 나열 데이터들을 주요한 유죄 근거들 중 하나로 채택했습니다.
이 ‘서버시간’ 자료 문제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합니다. 검사측은 캡처 프로그램 알캡처, PDF 프로그램 아크로뱃프로 등의 흔적에 대해서도 실제 발견된 사실을 왜곡해 전혀 허위의 사실을 팩트인 것처럼 주장했고, 프린터 사용 흔적들에 대해서도 허위 주장으로 2013.06.16 당시 PC1이 방배동 자택에 있었던 것처럼 명시했습니다. 그 외에도 부지기수입니다.
분석관이 작성한 포렌식 보고서만이 아니라, 검사들이 법정 진술과 검사 의견서를 통해 직접 허위 주장을 늘어놓기도 했습니다. 이 모 분석관의 허위 주장들을 대거 적발해낸 후 이 분석관이 직접 나설 수 없게 되자, 검사측은 전문가 대신 강일민 검사와 곽중욱 검사가 나서서 전문가인양 하는 기술 의견서들을 쏟아냈습니다. 특히 PC1이 임의제출 당일 정상 종료했다는 주장의 경우, 근거라며 MS 등의 기술문서들을 들이댔지만 실제 문서의 의미를 정반대로 조작했고, 그런 허위 주장을 법정에서까지 늘어놓아 재판부와 방청객 전원을 기망했습니다.
이렇게, 기술적 진위가 명백하고 사후 적발이 가능한 법정 변론과 문서 증거들에서조차 의도적인 허위 주장들을 수없이 감행한 검사측 분석관이, 강사휴게실 PC들 자체를 변조하지는 않았다고 믿어도 되는 것일까요? 디지털 증거는 일단 변조하고 나면 적발의 위험도 없는데 말입니다.
.
이렇게, 강사휴게실 PC들은 디지털 증거의 증거능력에 있어 필수 요소인 원본 동일성과 무결성이 크게 훼손되었고, 단순히 추상적인 가능성 차원이 아닌 실질적으로 증거 변조를 의심할 만한 사정들이 즐비합니다. 그런데도 항소심과 상고심은 이런 문제를 묵살했습니다. 두 재판부가 도대체 어떻게 이 원본 동일성 문제를 묵살할 수 있었는지, 다음 포스트에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 앞서 포스트에서, 검사측이 강사휴게실 PC들의 원본 동일성과 무결성을 크게 훼손했으며, 이는 증거능력 불인정으로 이어져야 할 문제라는 점을 설명했습니다. 또 이어서 이 원본 동일성 문제가 단순한 원칙론이나 추상적 의심의 차원이 아니라, 증거 변조에 대한 합리적 의심 정황들도 여럿 있다는 점도 설명했습니다. […]
개검들의 정치공작, 정말 치가 떨립니다.
반드시 저들을 역사의 심판대위에 올려 형사 처벌 철저히 수행해서 다시는 이런 개검 쿠데타 재발을 막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