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파워빌더

사용자 삽입 이미지한때는 델파이를 꽤 위협할 정도로 성장했었던 개발툴중에 사이베이스의 파워빌더(PowerBuilder)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파워빌더는 사실 델파이나 C++빌더 수준의 저수준 접근성이나 성능 등은 아예 흉내도 못내는 개발툴이었습니다만, 완전히 데이터베이스에만 집중하는 업무 프로젝트에는 아주 높은 생산성을 보여주던 개발툴이었습니다.

파워빌더는 개발툴의 이름이고, 언어는 파워스크립트(Powerscript)라고 하는 독자적인 언어를 사용합니다. 데이터윈도우(DataWindow)라는 특이한 데이터베이스 개발 기능을 지원하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인데요. 그 반면에 성능과 확장성, 기능성 등은 형편없는 수준입니다.

원래부터 사이베이스의 제품이었던 것은 아니고, 파워소프트라는 개발툴 전문 회사에서 개발했던 것을 사이베이스가 1994년에 파워소프트를 인수하면서 갖게 된 것입니다.

(파워소프트는 1994년에 C/C++ 컴파일러 업계의 또하나의 명가였던 왓콤(Watcom)을 인수했었는데, Watcom C는 최적화율이 높은 C 컴파일러로 유명했었죠. 파워소프트는 왓콤 C를 업그레이드하면서 옵티마++이라는 이름의 RAD C++ 개발툴을 내놨었는데, C++빌더와 강력하게 경쟁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사이베이스는 다음해에 Power++이라는 이름으로 2.0 버전을 내놓고는 단종시켜버렸습니다. 그 이후로 사이베이스는 2003년에 왓콤 C/C++을 오픈소스로 내놓았습니다.)

전 사실 이전부터 이따금씩 파워빌더 쪽의 동향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만.. 다음주인 7월 6일에 새 버전인 파워빌더 12 발표회를 한다고 하네요.
http://image.sybase.co.kr/main/seminar/20100706_pb/20100706_PB_penta.html

중간에 파워빌더 11.5 등의 마이너 버전들이 나오긴 했지만, 11버전이 나온 것이 2007년이었으니 무려 3년만의 업그레이드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 12 버전도 작년부터 1년 가까이 수차례 연기되다가 드디어 출시되는 것입니다.

사실 파워빌더를 아직 사용하고 있는 기업들도 아주 적지는 않습니다. 대체로 전산 시스템이 낡아가는 데 대해 미래 계획이 별로 없는 기업들에서 보이는데요. 다만 지금은 델파이와는 전혀 비교도 안되게 시장이 쪼그라들었습니다. 한때 델파이를 턱밑까지 쫓아올 정도로 꽤 잘나갔던 파워빌더가, 왜 델파이는 아직 건재한 채로 인기를 끌고 있는데 파워빌더는 몰락해버린 걸까요.

그 이유는 개발툴 자체가 가지는 가치의 차이, 기능의 차이일 것입니다. 델파이나 C++빌더에는, 단순 업무 개발에서의 생산성 기능 이외에도 저수준 제어나 실시간 통신, 높은 성능, 화려한 UI 등 일반적으로 개발툴에 바랄 수 있는 거의 모든 것들이 다 집약되어 있습니다. 파워빌더가 아니라 MS나 IBM 등 다른 벤더의 개발툴들 중에서도 이 모든 것을 다 갖춘 개발툴은 델파이와 C++빌더 이외에는 없습니다. 그런데 파워빌더의 기능은 처음부터 끝까지 업무 개발에만 치중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성능이나 저수준 접근성 등은 델파이나 C++의 수준을 전혀 따라오지 못합니다.

아시다시피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개발의 트렌드가 웹, 자바로 기울어졌는데요. 평이한 일반 업무 시스템 개발에서는 델파이에서 웹, 자바 등으로 상당수 시장을 뺏긴 것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만, 성능과 저수준 접근, UI 등이 중요한 업무 시스템에서는 흔들림없이 델파이가 사용되어져 왔습니다. 그래서 최전성기만큼은 아니어도 무시할 수 없는 상당한 규모의 시장을 유지해왔죠. 반면, 어차피 웹, 자바와 마찬가지로 일반 업무 개발을 주력으로 하는 파워빌더는 웹, 자바의 공세를 이겨낼 방법이 없었던 거죠.

게다가, 파워빌더의 최근 버전들은(출시 자체도 제대로 알려지지 못했지만) 네이티브가 아닌 닷넷 개발툴로 가고 있습니다. 버전마다 닷넷으로의 마이그레이션 기능들과 닷넷 지원 기능들만 잔뜩 추가하고 있죠. 한때 볼랜드가 닷넷의 전망을 너무 과대평가해서 델파이 전체를 닷넷으로만 가겠다고 했던 큰 오류를 범했던 적이 있는데(2003년의 델파이 8 버전입니다), 아시다시피 닷넷 시장은 제대로 크지도 못한데다가 그 조그만 시장을 비주얼스튜디오가 사실상 독점하고 있기 때문에 파워빌더가 나눠먹을 파이 조각이 전혀 없습니다. 이번 버전에서도 추가된 기능이 모두 닷넷 관련이군요.

그러니까… 파워빌더는 성능과 기능성에서 C++ 수준의 고급 기능이 요구되지 않는 단순 업무 개발 시장에서 주로 쓰였던 개발툴이었는데요. 그 시장을 자바가 대부분 가져가버렸고, 아주 조금을 닷넷이 점유하고 있습니다만 다시 그중 대부분을 MS의 비주얼스튜디오가 가져가고, 그러다보니 파워빌더가 발붙일 땅이 없습니다.

파워빌더 쪽에도 예전부터 알고 있던 PBDN이라는 개발자 커뮤니티가 사이트가 있습니다만… 안쓰럽게도 “새소식” 게시판의 가장 최근 글이 작년 말에 올라온 “운영하실 관리자를 모십니다” 라는 글입니다. 검색해보면 몇몇 까페도 있습니다만.. 거의 대부분 사실상 죽어있습니다.

그래서, 당연하지만 파워빌더는 델파이나 C++빌더와 전혀 경쟁관계가 되지 않고 있습니다. 저나 저희 데브기어에서도 전혀 신경쓰지 않고 있구요. 시장에서 비주얼스튜디오와 부딛히는 경우는 종종 있습니다만 파워빌더는 최근 몇년간 전혀 저희 레이더에 잡히지 않고 있네요. 한때를 풍미했던 주류 개발툴이었던 건 사실이지만, 버전 넘버를 올려서 또다시 출시한다고 해도, 파워빌더는 이미 여러해 전에 사실상 시장에서 사라졌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 같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새 버전이 출시된다는 소식을 듣고서야 한 시대를 풍미했던 개발툴 하나가 몇년 전에 죽었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게 되는군요. 아직도 파워빌더를 붙잡고 있는 몇몇 개발자분들께는 죄송한 말씀이 되겠습니다만…

11 comments for “굿바이 파워빌더

  1. 델파이도 닷넷한다고 시간낭비 안하고 Native에 집중햇으면 지금쯤…

    의미없으려나 이런걸 생각하는건

  2. 그래도 그나마 다행이죠.
    닷넷으로 뛰어들었던 다른 SW 기업들 대부분은 발도 빼지 못하고 허덕대고 있으니까요.

  3. 디데일리 기사를 보니 이번 파워빌더 12 발표회가 나름대로 성공적이었던가봅니다.

    파워빌더 “나, 아직 죽지 않았어”
    http://www.ddaily.co.kr/news/news_view.php?uid=65440

    아무래도 너무나 오랜만에 세미나를 하니 여기저기 흩어진 파워빌더 개발자들이 총출동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구요. (델파이 세미나의 경우도 한두 해쯤 세미나를 안하다가 하면 참석자 수가 확 늘어나곤 했었죠)

    하지만 위 기사에서도 기자가 지적하듯이, 파워빌더가 선택한 닷넷 올인이라는 길이 상당히 위험한 선택이라는 점은 변함이 없습니다. 닷넷 버전으로 출시했던 델파이 8 버전이 시장에서 참패를 했듯이, 파워빌더 개발자들의 입장에서는 파워빌더의 새 버전이 출시된 자체에는 관심을 가져도 닷넷으로 옮겨가는 데에는 큰 반감이 있을 것임이 뻔하겠구요.

    안그래도 파워빌더의 하락세가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인데, 파워빌더에서 닷넷 올인을 버리지 않는다면, 파워빌더의 다음 버전은 영원히 출시되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사실… 제 생각은, 이미 늦었다에 한표입니다.

  4. 굿바이 파워빌더..

    저는 개인적으로도 2000년 초반부터 그 이야기를 쭉~ 들어왔던 기억이 나네요…

    파워빌더가 .NET에 올인한다.. 는 것을 가지고 여러가지 평들이 많이 있는데요
    반대로 파워빌더가 파워빌더 초창기의 2티어 개발툴의 입장만 고수하고 있었다면? 아마 지금보다 더 큰 손가락질을 받지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대세라는 것은 어느곳이건 무시는 못하는 거 같습니다.
    연애인들을 보면 무슨 라인 무슨 라인 지금 그 라인에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서
    성공한 연애인이냐 별볼일 없는 연애인으로 구분지어질 정도니까요..
    하지만 그런 라인도 영원하진 않죠
    생기면 그 라인이 평생 최고일꺼 같고 부러움을 사지만 또 어느센가는
    다른 모르던 라인이 생겨서 대세를 이끌고 가게 되는게 현실이니까요..

    파워빌더는 어찌보면 잡초? 같죠..
    죽었을꺼야.. 죽었지.. 라고들 하지만.. 잘 보면 조용히 큰소리 내지 않고
    잘 보이지는 않지만 한쪽에서 모여서 꾸준히는 자라고 있답니다.
    다 죽었을꺼 같은 커뮤니티 역시도 이제는 어느정도 다른곳이랑 붙어도
    밀리지 않을 정도의 덩치도 갖게 되었구요..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운영자 입장에서도 저도 깜짝 놀랄정도니까요..
    어디들 숨어계셨다가 이제야 당당히.. ^^

    꼭 “어떤게 죽었어..” “그걸 왜 아직도 하고 있는지 모르겠어..” 등등으로
    표현하기 보단, 그것을 하는 사람이 좋고, 또 그것들을 필요로 하는곳이 있다면
    전문성을 인정하고 서로 존중하면서 서로의 장점을 배워가는 그런 자세가
    더욱더 필요한 시기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혹시 시간되시면
    http://cafe.naver.com/pentaeduclub
    놀러오세요.. ^^

  5. 어차피 개발을 위한 도구일뿐..

    시장에서 죽었던지는 그다지 중요한 부분은 아닐듯 합니다.

    시장에서 잘나간다면야 관련 개발자들은 좋겠고,
    못나간다면야 그거 밖에 모르는 사람은 안좋겠죠.

    어차피 구현방법에서 선택의 케이스 일뿐인거죠.
    남이 많이 쓴다고 좋은게 아닌, 현재 구현할 프로그램이
    어떤 언어, 어떤 툴이 어울린지는 그때 그때 다르니까요

  6. 이해 하세요. 울카페 회원님이 이글을 포팅해서리..
    아마 울카페 회원님들이 다 다녀가면서 글을 남길 수 있어요.
    울 카페가 머하는 곳이냐면… 국내 유일의 파워빌더 카페에요.
    아마 시장조사는 PBDN만 하셨나 보아요… ^^
    거긴 이젠 레전드가 되어버린 커뮤니티구요.
    글쓴 내용이 대부분 맞지만, 중요한 건 어감이죠.
    글쓴이는 파빌이 진다고 말씀하시는데… 현장에 다니면, 파빌을 못 버리는 곳이 참 많아요.
    물론 주인공으로써 모든 시스템을 파빌로 하진 않아요. 하지만, 업무적인 부분에서는 파빌을 따라올 수가 없어요. 그 이유는 유지보수 때문이죠. 개발시의 속도도 있지만, 또한 누구나 개발자가 될 수 있는 툴이라서요. 물론 글쓴 내용과 같은 한계도 있죠. 그 한계를 뛰어넘기 힘들겠지만, 중요한 건 21세기가 되어도 아직 자동차는 나는게 아니라 달리고 있다는 점이죠. 앞으로 1~20년을 바라보면 너무 많이 보는 걸까요?(현재 제 밥줄이라서… ^^)

  7. 델파이랑 파워빌더랑 비교를 하시다니 … 조금 아니라고 봅니다.
    물론 둘이 개발을 위한 툴이 맞습니다.
    하지만 속성이라는게 다릅니다.
    C++ 과 PHP 랑 비교 하는거랑 같은 맥락이라는거죠!

    파워빌더의 특색은 뭐니뭐니 해도 DB와의 연동성 싱크율 100% 입니다.
    디비에서 원하는 쿼리 값을 화면에 출력하는것을 델파이로 설명해 두리죠
    일단 디비와의 컨넥션을 해야겠죠
    컨넥션이 끝났으면 템프 변수를 만들어서 쿼리문을 작성해야 하고요
    쿼리문을 작성에서 쿼리를 보내고 그 결과값을
    가공해서 화면에 출력 하겠죠?
    그럼 파워필더는 어떻게 하느냐 컨넥션 연결 구조 간단합니다.
    미리선정된 데이타데이스를 을 클릭하면 자동으로 연결이 됩니다.
    결과값을 화면에 보여줄려면?
    텍스트 박스을 하나 생성하고 그곳에 직접 쿼리를 넣으면 끝입니다.
    변수 생성 그런거 없습니다.

    무슨 뜻인지 아시겠죠?
    이런걸 특성화 라고 합니다.

    컴퓨터로 작업할수 있는 환경은 무궁무진 합니다.
    근되 난 델파이 개발자 이니까 델파이로 만들꺼야 -_-;;;

    만들기는 하겠죠 작업시간이나 결과물을 비쳐볼때 비효율적이라는 겁니다.
    C++로 html 문서 만드는거랑 같은짓 이니까요?

    더 적고는 쉽지만 여기만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개발 경력이 어느정도 인지는 모르나 여러 언어를 두루 다뤄 보고 서로의 장단점
    등을 생각해 보셨으면 합니다.

    참고로 전 파워빌더 개발자가 아니라 VC 개발자 입니다.
    지금은 특성상 델파이로 작업을 하고 있지만…

    한때 연구소에서 데이타분석하느냐 파워빌더랑 씨름했던 일이 생각이 나서
    적습니다.

  8. 이런사람이 델파이 책임자라니 아무래도 델파이도 오래가지는 못할것 같군요….굿바이 델파이

    • 반가우실지 아쉬우실지 모르겠지만 저는 작년 말에 데브기어에서 퇴사했고 지금은 원래의 본업인 개발자로 살아가고 있답니다. 그리고, 불행인지 다행인지 제 영향력에 비해 델파이의 영향력이 너무나 압도적이기 때문에 저 한사람 때문에 델파이가 오래가고 말고 하지는 않지요. 반가우시진 않으실 거 같지만 데브기어 퇴사 이후로 델파이를 요구하는 고급 일거리가 너무 많이 들어와서 뭐 돈은 참 잘 벌어먹고 있습니다.

      비단 저뿐 아니라 제가 직접 아는 수백명의 델파이 개발자 중에서 놀고 있는 분은 전혀 없네요. 여기저기서 개발자 구해달라는 요청이 쇄도하는데 정말로 소개해줄 분이 없어서 많이 난감한 지경입니다. 솔직히 델파이 개발자는 지난 10년 동안 조금씩 줄어들고 있는데 잡은 그다지 크게 줄어들지 않았거든요. 파워빌더 개발자이실 거 같은데, 파워빌더도 델파이와 마찬가지로 그렇게 각광받고 있다면 어줍잖은 제 말은 무시하시고 주욱 파워빌더에 올인하시면 됩니다.

      아, 한가지 더 덧붙이죠. 델파이에는 델파이의 오픈소스 버전이라고 할 수 있는 프리파스칼/라자루스가 있습니다. 완벽하게 동일하진 않지만 주요 기능은 거의 똑같다고 할 정도죠. 델파이 지원 서드파티 라이브러리의 상당수가 프리파스칼도 지원할 정도니까요. 그래서 정말로 만에 하나 달님님의 생각대로 델파이가 망한다고 해도 별 큰 타격은 없습니다. 그런데, 파워빌더도 오픈소스 버전이 있나요?

      • 델파이의 영향력이 너무나 압도적? ㅎㅎㅎ
        그 압도적인 영향력을 저는 왜 느끼지 못할까요?
        파워빌더가 거의 죽어가는 툴은 맞습니다만
        델파이 또한 암선고 받은 개발툴이죠
        아직까지 델파이로 시스템 구축해있는 업체들도 점차 자바기반 웹으로 전향 할 겁니다.
        자 이제 그만 둥지에서 나와 넓은 시야로 업계를 바라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덧붙여서 이런 글 쓰는 사람치고 진짜 고수인 분이 없더군요
        예전에 kldp에서 델파이 어떤 분이 삼항연산자 처리속도 가지고 개망신 당해서
        조용히 사라졌던 일이 떠오르는 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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