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5~26일 양일간 과천 서울대공원 자연캠프장에서 코드웨이 엠티가 있었는데요. 개인 사정상 참여는 못하고, 잠깐 방문은 하려고 했었죠.
엠티 자체는 오후 3시부터였는데, 집에서 애들 뒤치닥거리하느라 좀 늦어졌더랬습니다. 쌀쌀한 날씨에 비가 좀 내리고 있었지만, 큰아들넘이 바깥에 나가고 싶어 안달을 하는데다 아빠가 차를 몰고 어딘가를 간다는 걸 눈치채고 따라가겠다고 난리를 치는 바람에… 아직 애기인 작은놈을 장모님께 맡겨두고 집사람이랑 큰놈이랑 차를 몰고 출발했죠.
오후 4시쯤에 출발을 했는데, 토요일 오후에 비까지 내려서인지 양재에서 과천으로 진입하는 길목이 많이 막히더군요. 빈손으로 가기 뭐해서, 근처에 있는 양재 E마트에 들러서 구워먹을 새우 두팩이랑 고구마 한봉지, 과일 등등을 샀습니다. 차가 막혀 시간도 걸린 데다가, 마트에서 뭘 살지 한시간 가까이 헤매는 바람에 마트에서 출발 시간은 여섯시.
문제는 여기서부터… 스마트폰에 깔아서 연결해서 쓰던 네비게이션이 맛이 가는 바람에, 네비 없이는 한번도 가본 적이 없던 서울대공원을 찾아가는 문제에서 사단이 났습니다. 출발 전에 어렴풋이 지도 사이트를 뒤져본 눈대중으로 앞이 잘 안보이는 밤길, 그것도 비가 꽤 내리는 꽉 막힌 길을 가다보니, 중간에 대공원쪽으로 빠지는 길을 못보고 그냥 주욱 갔습니다. 가다보니 오잉? 도로 표지판이 “의왕 몇킬로~” 이렇게 가리키네요. 과천 대공원에 가는데 웬 의왕?
그제서야 뭔가 잘못되었다는 걸 눈치챈 저와 와이프는 거기서부터 속도를 늦추고 빠져나갈 길을 찾아봤습니다만, 영 나갈 길이 없더군요. 과천터널을 통과하니, “의왕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음… 환영은 개뿔….
어떻게든 빠져나갈 길을 찾으려 애쓰면서 좀더 가다보니 학의분기점이 나옵니다. 뭔가 익숙한 이름… 아, 서울외곽순환도로로 빠지는 길이군요. 외곽순환도로로 빠지면 아는 길이니까 일단 가보자.. 싶었습니다. 그래서 빠져나와서 어째어째 좀 더 가다보니.. 판교입니다. 흑!
판교에 내려서 더듬더듬 가다보니, 양재 가는 길 표지판이 나옵니다. 다시 양재로 달렸습니다. 그렇게 해서 세곡동, 내곡동을 거쳐 다시 양재에서 과천 진입로로 진입. 아까 황당하게 의왕으로 빠졌으니 이번에는 더욱더 더듬더듬 조심조심 운전을 해서 가다보니, 아까 놓쳤던 대공원/경마장 빠지는 1차선 도로가 옆으로 나오더군요. 흑~ 이걸 못보고 지나쳐서 개고생을…
그렇게, 어째어째 대공원에 도착을 했습니다. 여덟시가 넘었더군요. 근데, 이제 캠프장까지 올라가는 길이 엄청 멀더군요. 대공원에서 걸어올라가는 길은 오가는 사람도 없고 직원들도 다 퇴근하고… 표지판에는, 캠프장 1.5km! 비는 내리고 큰아들놈은 다리 아프다고 난리고, 곁눈질로 보니 와이프 눈치도 찌릿찌릿~ 옆구리에 박스로 낀 위문 물품(?)도 점점 무거워지고… 서울랜드 입구까지 걸어올라간 후에 거꾸로 내려오는 아주머니한테 물어보니, 캠프장까지는 현대미술관 옆으로 해서 차량 진입이 가능하다나 뭐라나… 음… 길을 몰라서 또 개고생을…
그래서 다시 거꾸로 걸어내려와서 차에 올라탔습니다. 아주머니가 알려주셨던 방향으로 차를 몰고 올라가니, 캠프장까지 뚫린 잘 포장된 길이 있더군요. 이걸 몰라서 아들내미까지 데리고 걸어올라가려고 했다니.. 아빠가 미련하니 처자식까지 고생을… –;;
캠프장 도착하니 밤 아홉시가 넘은 시간… 네시에 집에서 출발해서 무려 다섯시간만에.. 흑!
헤롱헤롱 엄청 취한 리치님을 비롯해서, 코드웨이 님들로부터 열성적인 환영…을 받는가 했더니, 5분도 못되어 새우 굽느라 모두들 본척만척~ 새우 괜히 사갔어! 다행히 한 분이 라면을 끓여주셔서 아들내미 허기를 좀 달래줬습니다. 다들 새우랑 고구마 맛을 좀 보시고 나시더니 저희 식구들이 옆에서 어이없어 하는 게 눈에들 보이셨는지.. ㅎㅎ
이것저것 별거 아닌 걸 사갔습니다만 다들 반겨주셔서 (제가 아닌 먹을거리들을!) 그나마 다행이었다 싶네요. –;; 술 몇잔 같이 건배하고, 열시가 넘어서 인사를 나누고 출발했습니다. 11시가 좀 못되어 집에 도착해서 애들 재웠답니다.
비까지 내리고 날씨가 꽤 많이 쌀쌀하던데, 이러다 관 짜야 하는 거 아니야? 했습니다만… 오늘 코드웨이 후기를 보니 다들 무사히(!) 다녀오셨나보네요. 어쩌다 따뜻한 봄날이 계속되다가 딱 비오고 추워진 날짜를 엠티 날로 정하셨는지 모르겠네요. ^^ 담번에는 길을 바로 찾아가서 좀 더 오래 어울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미분류
ㅋㅋ 고생 많으셨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