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doomsday for Delphi." – Kim Madsen, components4developers.com
"Embarcadero is killing Delphi." – synopse.info
"Don’t buy XE3." – TURBU Tech
엠바카데로에서 비밀리에 델파이 XE3 프로페셔널 에디션에서는 클라이언트/서버 개발을 하지 못하도록 EULA에 제한을 추가했습니다. 심지어는, 서드파티 컴포넌트를 사용하더라도 델파이/C++빌더의 프로페셔널 에디션으로는 법적으로 C/S 개발을 할 수 없도록 말입니다.
여기에는, 업그레이드는 예외라는 단서 조항이 있기는 합니다. 즉 신규 사용자용에만 적용된다는 거죠. 사실 업그레이드를 제외한 것은 엠바카데로가 나름대로 델파이 개발자들의 반발을 좀 줄여보고자 한 것일텐데요. 그렇다고 해도, 새로 개발자를 고용하거나 하면 당연히 새 라이선스가 필요하게 되므로, 새로운 EULA 조항의 영향을 받게 됩니다.
이같은 사실은 한 중국 개발자 사이트에 개정된 EULA에 대한 엠바카데로 내부 메일을 유출시키면서 들통이 났습니다. XE3 버전 발표까지는 비밀로 하라는 당부까지 붙어 있습니다.
유출된 메일 내용
(해당 메일 내용을 보면 이 조항으로 영향을 받는 테크놀로지 파트너사들에만 몰래 미리 알려준 것으로 보입니다. 테크놀로지 파트너는 엠바카데로가 인정한 서드파티 솔루션 업체들로서, 프로페셔널 에디션에서 C/S 개발을 하지 못하도록 강제하려면 C/S나 멀티티어 컴포넌트 라이브러리를 판매하고 있는 서드파티 컴포넌트 업체들에게 알려주지 않을 수가 없었을 것입니다)
유출된 메일 내용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인용하자면,
In particular, the use of data access technologies for client/server connectivity will no longer be allowed in the Professional edition.This includes both Embarcadero and 3rd party solutions. Professional users may only, legally, access local databases with their applications.
특히, 클라이언트/서버 연결을 위한 데이터 액세스 기술의 사용은 프로페셔널 에디션에서는 더 이상 허용되지 않습니다. 이것은 엠바카데로 뿐만 아니라 서드파티 솔루션도 포함합니다. 프로페셔널 사용자들은 자신의 애플리케이션에서 법적으로 오직 로컬 데이터베이스 액세스만 허용됩니다.
따라서, 원격의 데이터베이스에 접속하는 기능은 무조건 다 금지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법적으로 해석하자면, 2티어인 C/S 뿐만 아니라 멀티티어도 마찬가지로 금지되게 됩니다. 프로페셔널에서 데이터베이스 접속 기능을 금지해버리고 나면, TCP/IP, 웹 통신 정도의 기능을 제외하면 완전히 로컬 프로그램 밖에는 개발할 수가 없게 되는데요. 이건 오래전 99달러에 판매되었던 스탠더드 에디션과 동등한 기능 제한입니다. 프로페셔널은 899달러인데 말이죠.
C/S 접속을 위해서는, 프로페셔널에 C/S 기능을 더해주는 "Client/Server Add-On Pack"을 추가로 구입하거나, 엔터프라이즈 이상을 구입하거나 해야 합니다. 만약 C/S Add-On Pack의 가격이 아주 저렴해서 거의 무시할 정도라면 이런 변경이 큰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엠바카데로가 수십년의 전통과 소프트웨어 업계의 관례와 상도덕을 한방에 다 날려버리고 이런 초유의 결정을 한 것으로 볼 때, 프로페셔널에 C/S Add-On Pack을 추가로 구입하는 가격은, 당연히 프로페셔널 자체보다 훨씬 비쌀 것이고 엔터프라이즈보다 조금 낮은 수준일 것입니다.
이런 엄청난 소식이니, 알려지기 시작한지 불과 몇시간만에 이미 해외 델파이 개발자들이 발칵 뒤집어졌습니다.
EULA Change: No Client/Server in XE3 Pro. Not even 3rd Party.
"Trop c'est trop" – No Client-Server for XE3 PRO users
Embarcadero’s indefensible licensing change
Embarcadero Discussion Forums – Bad morning surprise
많은 개발자들이 설마설마 했는데, 엠바카데로의 수석 에반젤리스트이자 개발자 릴레이션 담당 부사장인 데이비드 아이가 위 엠바카데로 포럼에서 사실이라고 시인했습니다.
당연히, 개발자들의 반응은 격렬합니다. 가장 위에서 인용한 것처럼, "델파이의 최후의 심판일", "엠바카데로가 델파이를 죽이려 한다", "델파이 XE를 아예 구입하지 말자, 함께 동참해달라" 이런 식입니다.
자, 그럼 제 의견을 말해볼까요. 이건 정말 말도 되지 않고 법적으로도 문제의 소지가 많은 일입니다. 아니, 적어도 대한민국 현행법의 법리상으로는 분명히 위법이라고 봅니다. 이 제한의 근본적인 의미를 따져보자면, 소프트웨어 사용자에게 그 사용의 방식이나 용도에 대한 제한을 가하는 것입니다. 아무리 소프트웨어는 재화가 아닌 라이선스이지만 이건 법적으로 봤을 때도 지나친 과잉 제한입니다. 국내 현행법상, 소프트웨어의 특수성을 인정하여 무단 복제나 역공학을 금지하는 조항은 있지만, 정상적으로 사용 가능한 용도를 제한하는 것은 국내 현행법의 테두리에서 상상초월의 일입니다. C/S 프로그램의 개발에 써서는 안된다, 라는 제한은, 마치 MS 엑셀의 저가 에디션으로는 영수증은 만들어선 안되고 더 고가 에디션을 구입해야 된다, 라는 것과 비슷한 일입니다.
게다가, 서드파티 제품들은 당연히 엠바카데로 제품이 아니므로 해당 벤더에서 자유롭게 결정할 문제인데도, 델파이 자체가 아닌 서드파티 컴포넌트에서 가진 기능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초법적인 조치이자 나아가서는 법에 대한 도전이라고 생각됩니다. 남의 제품의 합법적인 기능을, 우리 제품 위에 얹어 쓰면 불법이다, 라는 식인데요. 이건 정말, 발상 자체가 어처구니 없는 일인데 이것을 정식으로 결정해서 통보까지 했다는 것은 엠바카데로의 정상적인 판단력 자체를 크게 의심하게 만드는 일입니다.
물론 EULA는 벤더와 사용자 사이의 1:1 계약의 형태를 띠고 있고, 따르기 싫으면 안쓰고 환불받아라, 이런 식이지만, 그런 형식과 달리 실질적으로 그리고 법적으로 개발툴도 소프트웨어로서 사실상의 제품으로서 유통되는 것인데요. 건전한 사회 상도덕과 법원리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만큼, EULA의 형식 따위를 따질 일이 전혀 아니죠.
위에서 가장 먼저 인용했던 Kim Madson은 유명한 델파이용 멸티티어 프레임워크들 중 하나인 kbmMW의 개발자인데요. 그로서도 당연히 크게 반발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의 개인적인 판단의 문제도 있겠지만, 이와 같은 개정된 EULA를 밀어붙이게 되면 자사의 주력제품인 kbmMW의 시장이 반 이하로 줄어들게 되는 만큼, 당연히 강력 반발할 수밖에 없는 일입니다.
사실 Madson의 입장에서는, 기존에는 문제가 없었던 프로페셔널에서의 동작을 EULA의 문구 변경만으로 강제로 막고 엔터프라이즈를 강제로 구입하게 하게 만드는 것은, 그의 제품인 kbmMW의 경쟁 기술이기도 한 DataSnap을 사용하도록 강제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법리상 Madson은 엠바카데로를 반독점 위반으로 제소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할 것입니다. 그리고 실질적인 피해를 입게 되는 만큼, 그로서는 당연히 소송에 나서게 될 것입니다. 데이터베이스 접속 기능을 가진 다른 많은 서드파티 벤더들도 모두 마찬가지 상황입니다.
소프트웨어의 합법적인 사용에 대해, 단지 EULA에 조항을 추가함으로써 용도를 제한하는 것 자체가 전례가 없는 엄청난 일이기 때문에, 우리나라 뿐마 아니라 전세계의 수많은 관련 현행법들과 줄줄이 충돌할 것으로 보입니다. 만약 엠바카데로가 XE3 발표까지 이 정책을 철회하지 않는다면, 당연히 엄청난 반발과 법적 소송이 줄줄이 이어지게 될 것이고, 전세계 IT 엔지니어들에게 엠바카데로의 기업 이미지에도 돌이킬 수 없는 큰 손실을 가져오게 될 것입니다.
위에서 인용한 것처럼 이같은 조치는 델파이를 죽이는 것과 다름 없습니다. 900달러나 되는 개발툴에서, 개발자들에겐 일상적인 작업인 외부 데이터베이스 연결이라는 단순한 기능이, 단지 기능을 빼버린 것도 아니고 법적으로 불법이라니요. 이런 어처구니 없고 우스꽝스러운 정책을 가진 개발툴을, 어떤 새로운 개발자가 배우고 익히려 하겠습니까. 게다가 자체 제품의 기능만 제한하는 게 아니라 타사 제품을 쓰는 것까지 법을 들먹거리며 제한하다니요.
한술 더 떠서, 한국의 경우에는 더 복잡합니다. 이전에 알려드린 바와 같이, 저와 데브기어는 가격 문제에 대한 해법으로, XE3 버전의 발표와 동시에, 프로페셔널의 가격을 대단히 크게 낮추기로 합의했으며, 이것은 엔터프라이즈 에디션의 가격은 상대적으로 덜 낮추는 것과 함께 합의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 합의의 기본 전제는, 프로페셔널이든 엔터프라이즈이든 이전과 동일, 혹은 같은 수준의 기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는데요.
XE3 프로페셔널에 이런 심각한, 아니 최악의 제한이 추가된 상황에서는, 데브기어와 저 사이의 기존의 합의 내용이 심각하게, 본질적으로 훼손되게 되었습니다. 한달 반이나 걸려서 어렵고 어렵게 진행했던 합의가 송두리째 무의미해지게 된 것입니다.
엠바카데로는 이 사태의 심각성을 최대한 빨리 깨달아야 합니다. XE3 발표 이전에 이런 말도 안되는 정책을 철회해야 합니다. 사실 이런 사실이 알려진 것만 해도 엠바카데로에게, 그리고 전세계의 델파이 개발자들 모두에게 엄청난 타격입니다. 최대한 빨리 수습해야 합니다. 서두르세요, 엠바카데로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