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히 지난해 이맘때, 오라클이 썬을 인수했다는 발표가 있었습니다. 그로부터 지금 시점까지, 오라클이 썬에 딸려온(?) MySQL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수많은 우려들이 있어왔죠. 당연히 MySQL을 약화시키거나 죽이려고 하지 않겠느냐, 하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는데요. 또, 오라클이 MySQL을 떠안게(?) 되어 오라클에게 독이 될 거라는 전망도 많았습니다.
물론 MySQL이 잠재적으로 오라클의 시장을 위협했던 것이 사실이고, 또 MySQL 측에서도 공공연히 오라클 DB와 비교하면서 오라클의 심기를 건드렸었으니까요. 그런 마당에 썬 인수로 MySQL이 따라왔으니 이참에 눈엣가시를 빼내려고 하지 않겠느냐 하는 거였는데요.
하지만 오라클이 썬을 인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던 바로 그날, 저는 완전히 다른 전망을 내놓았었습니다. 오라클은 MySQL을 죽일 아무런 이유가 없으며, 또 오라클은 썬 인수에 있어 자바와 서버 외에 MySQL도 중요한 메리트였다고 본 겁니다. 오히려 오라클의 전략 향방에 따라 자바나 서버보다 더 큰 가치를 가질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그때 썼던 포스트가 바로 아래 링크입니다.
http://blog.devquest.co.kr/imp/35
오라클은 대규모 데이터베이스 시장의 최강자이고 MySQL은 소규모 데이터베이스 시장의 최강자인데, 그 사이의 미드레인지 시장의 강자로 MS SQL이 있다는 것입니다. MS는 당연히 지금까지 미드레인지에서의 점유율을 바탕으로 오라클의 시장을 넘봐왔고, 꽤 효과적이었습니다. 반면 오라클은 MS SQL의 공격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해서 좀 밀리는 형국이었죠.
이런 상황에서, 오라클이 MySQL을 제대로 키우면 MS SQL을 멋지게 공략할 수 있게 되고, 잘하면 소규모 시장과 대규모 시장의 각각의 커버리지를 늘여감으로써 MS SQL의 미드레인지 시장을 고래등 사이의 새우 꼴로 만들어버릴 수 있게 됩니다. MS SQL로서는 이보다 더 큰 위협은 생각하기 어렵죠. 오라클이 이런 전략을 제대로 펼칠 경우, 소규모 DB 시장과 대규모 DB 시장 사이에 미드레인지 시장이 존재한다는 자체를 부정할 수 있을 정도로까지 만들 수 있을 겁니다.
또, 저는 오라클이 MySQL의 차세대 성장을 위해 추진하던 MySQL 6.0 프로젝트에서 핵심인 팰컨(Falcon) 엔진을 중단시키려고 명분을 찾을 것이라는 전망도 했었습니다. MyISAM에 비하자면 InnoDB도 꽤 좋은 엔진이기는 하지만, 제대로 된 RDBMS이자 훨씬 고성능인 팰컨 엔진이 도입될 경우, 오라클의 시장에 실질적인 위협이 될 가능성이 다분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어제 나온 기사들에서, 1년 전의 제 포스트에서 썰을 풀었던 제 전망이 현실이 되고 있다는 내용들이 언급되고 있네요. 먼저 ZDNet의 기사.
외신들에 따르면 오라클은 마이SQL를 DB 시장을 치고올라오는 MS SQL서버에 대한 견제용으로도 투입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포레스터리서치 애널리스트 노엘 유한나는 “오라클이 마이SQL을 MS DB제품과 경쟁관계에 배치한 것처럼 보인다”며 “이는 나중에 마이SQL 사용자들이 다른 오라클 DB SW로 쉽게 업그레이드하도록 만들어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제 자랑같아 좀 쑥스럽습니다만, 제가 예측한 것과 거의 똑같이 움직이고 있네요.
Oracle Commits to MySQL with InnoDB
Back in 2006, MySQL started up its own project called Falcon as a way to combat Oracle’s ownership of InnoDB. Oracle has now shut down Project Falcon.
“Falcon was a fearful reaction to Oracle’s acquisition of InnoDB,” Screven said. “There is no place for it now.”
예상대로 팰컨도 날려버렸네요. 오라클은 팰컨 엔진을 별것 아니라는 듯이 단칼에 날려버렸지만, 사실 팰컨은 수많은 MySQL 매니아들이 학수고대하던 MySQL의 미래 비젼입니다. 위 인용문에서처럼 “팰컨은 오라클이 InnoDB를 인수한 데 대한 두려움의 산물이다”라고 말할 것이 아니었죠. 팰컨의 아키텍쳐는 InnoDB를 압도하고 성능면에서도 훨씬 뛰어납니다. 그런데 오라클은 InnoDB의 성능을 개선하고 있다는 말로 대신하고 있습니다.
아마 다시 1년쯤 지나고 나면, “InnoDB의 성능이 대폭 개선되었기는 하지만(우리 정말 잘했지?), 아직 성능에서도 멀었고 신뢰도나 안정성 등등등 InnoDB가 궁극적인 답은 못된다, 라고 하면서 MySQL 사용자들을 오라클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이려고 하거나 혹은 pluggable한 MySQL의 아키텍처에 오라클 엔진을 도입한 상용 버전을 내놓으려고 할 것입니다.
MySQL에 MyISAM 엔진도 InnoDB도 아닌 오라클 엔진을 탑재하면, 그것은 MySQL일까요 아니면 오라클일까요? 앞으로 계속, 그러면서도 서두르지 않고, 오라클은 MySQL의 색깔을 서서히 희석시키면서, MySQL 시장을 오라클 시장에 편입시키려고 할 것이고, 그리고 실제로도 성공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미, 지난 1년 사이에 오라클은 커뮤니티 사용자들의 걱정을 꽤 불식시켰고, 이번 발표로 오라클은 상당부분 신뢰까지 얻을 겁니다. 불안해했었는데, 실제로 MySQL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네? 라고요. 사실 커뮤니티 사용자들 대부분의 진짜 관심사는, MySQL의 ‘순수성’을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도 큰 변화 없이 안정적으로 쓸 수 있느냐 하는 현실적인 문제일 겁니다. MySQL이 기술적으로 어떻게 바뀌든, 브랜드조차 사라지든 말입니다. 대부분의 MySQL 사용자들은 철학자도 사회운동가도 아니거든요. 이런 속성을 이해하면, 적당한 미끼로 설득하는 것은 단지 시간의 문제일 뿐이죠.
오랫동안 MySQL을 미워했으니 최단 시간 내에 MySQL을 날릴 것이다? 노회한 늙은 여우 래리 앨리슨을 너무 우습게 보는 추측이죠. 빌 게이츠나 스티브 발머, 스티브 잡스 등도 걸출한 인물들이지만, 래리 앨리슨은 적어도 이런 종류의 비즈니스 전략에 있어서는 그들보다 두세수 쯤 위죠. 그리고 시장에서 오라클의 진짜 적은 MySQL이 아니라 MS SQL이라는 점도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는 부분입니다.
어쨌든, 이제 향후 1년 정도는 오라클이 MySQL과 오라클 DB로 MS SQL을 양쪽으로 본격적으로 협공해나갈 겁니다. 현재 MS SQL의 시장은 10년 전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커졌지만, 오라클과 MySQL은 대규모 및 소규모 시장의 절대적인 화두입니다. 저번 포스트에서도 썼던 표현대로, 오라클 “부처님”은, 오라클 DB라는 오른손과 MySQL이라는 왼손 사이에 MS SQL을 가둬놓고 점점 조여나갈 겁니다. 1년쯤 후에는 이 협공의 모양새가 완전히 완성된 상태일 거구요.
이런 오라클의 압도적인 공격에 대해, MS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사실 지난 20여년간 보아온 빌 게이츠나 스티브 발머의 전략이라는 것은, 별로 논평할 여지조차 없을 정도의 하찮은 수준이었습니다. 헛발질과 삽질의 연속이었죠. 지난 10년 사이에 둔해질 대로 둔해진 MS와 스티브 발머가, 과연 오라클의 뛰어난 전략을 이겨낼 수 있는 회심의 전략 카드를 내놓을 수 있을까요. 그러지 못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봅니다만… 그래도 지켜보는 관전자의 입장에서는, MS가 멋지게 체크메이트를 외치는 짜릿한 반전을 한번 보여주면 재밌겠다는 태평한 생각이나 하고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