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을 인수한 오라클, MySQL은 어디로?

바로 몇시간 전에, 오라클이 선마이크로시스템즈를 인수한다는 소식이 떴죠. 아무래도 IT 업계 전체적으로는 큰 영향이 있을텐데요. 사실 선이 서버 벤더로서도 큰 영향이 있기는 하지만 저는 소프트웨어 업계의 입장에서 하드웨어 시장에는 관심이 아예 없고.. ^^

하드웨어를 제외하고 소프트웨어만 생각할 때, 이번 오라클의 선 인수합병으로 많은 사람들이 주목할 포인트는 아마 ‘자바’일 것입니다. 당연히, 선이 ‘자바의 종가’이니까, 개발자들에게 상징적인 의미가 큽니다.

하지만 실질적인 면을 보자면, 선은 자바의 종가이면서도 메이저 업체들 중에서는 자바로 가장 재미를 보지 못한 업체이기도 합니다. 선의 WAS였던 iPlanet 서버는 2000년대 중반을 거치면서 이제는 이름조차 잊혀져가고 있고, IBM의 오픈소스 자바 개발툴 이클립스와 상당한 경쟁을 벌였던 NetBeans도 주도권을 찾을 방법을 거의 완전히 잃어가고 있습니다. 그 몫은 IBM과 오라클 등 다른 업체들이 가져가버렸죠. 자바 기술 전반에 대한 영향력 면에서도, 사실상 자바에 대한 실질적인 영향력이 선의 품을 떠났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 같습니다.

자바보다 훨씬 더 오랫동안 선의 전유물이었던 솔라리스는 어떨까요. 솔라리스의 성능이나 아키텍처에 대해 호평이 많기는 하지만, 사실 오픈소스화까지 단행했는데도 불구하고 그다지 영향력을 키우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라클에 넘어가서는 얘기가 좀 다르죠. OS 없는 DBMS를 추진해왔던 오라클로서는, 솔라리스를 사장시킬 이유가 없겠습니다. 향후 솔라리스+오라클로 최적화된 오라클 패키지를 밀어붙일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여기에 선의 서버 인프라까지 통합하면, 그냥 ‘사다가 꽂는’ 오라클 어플라이언스가 등장하는 것도 시간 문제일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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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제가 이번 인수합병 건에서 가장 재미있게 보는 부분은, MySQL과 관련된 부분입니다. 아시다시피 MySQL은 2007년 초에 선에 인수되었죠. 그런데 그보다 전인 2005년에 InnoBase라는 회사가 오라클에 인수된 바가 있습니다. InnoBase라는 회사는, InnoDB라는 데이터베이스 스토리지 엔진을 만들어 내놓았던 회사입니다.

스토리를 약간만 더 옛날로 돌려봅시다. 이전에 MySQL은 MyISAM이라는 파일 포맷을 사용했습니다. 이건 단순 파일 상태로 데이터를 저장하기 때문에 속도가 대단히 빠른 대신, 트랜잭션이나 스토어드 프로시저 등을 사용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MySQL에서 그 대안으로 채용한 것이 InnoBase사의 InnoDB입니다. 엔터프라이즈 시장으로의 진입을 노리고 있었던 MySQL에서는 5 버전 이후로는 아예 이 InnoDB를 디폴트로 바꾸었습니다.

그런데 이 InnoBase를 오라클이 2005년 10월에 인수해버린 것입니다. MySQL이 가장 궁극적인 경쟁자로 노리고 있던 오라클이 MySQL의 ‘심장’을 가져가 버린 거죠. 당시에 오라클은 MySQL에 계속 InnoDB를 제공할 것이라는 등 변명을 했지만, 만약 오라클이 주장하는 대로 MySQL에 대해 어떤 흑심(?)이 전혀 없다면, 적지 않은 비용을 들여 (잠재적인) 경쟁자의 엔진을 인수한다는 것은 이해가 안되는 일이죠.

그런데 이번에는 아예 MySQL을 포함한 선을 인수해버린 거죠. 두 말할 필요도 없이, 이 인수로 인해 오라클은 소규모 기업 시장, 즉 SMB 시장을 접수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물론 MySQL의 실제 레퍼런스들은 대부분 유료 시장이 아닌 GPL 기반의 무료 시장이기 때문에 MySQL 자체가 당장 크게 돈이 되지는 않습니다. 그렇다고 인수 효과가 단순한 상징적인 수준은 절대로 아닙니다.

아시다시피 오라클은 전체 DB 시장에서 최강자이지만, 그중에서도 엔터프라이즈 시장에서는 절대적인 위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정반대로 MySQL은 로엔드 시장에서 절대적이죠. 결국 이번 인수로 오라클은 ‘Highend to Lowend’ 범위를 가지게 되는 겁니다. ‘End to End’죠.

이렇게 되면, 당장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곳이 어디일까요? 바로 MS의 SQL 서버입니다. SQL 서버는 오라클이 점유한 Highend와 Lowend의 정확히 딱 사이에서 세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미드레인지 정도 되는데요. 그런데 SQL 서버가 점유하고 있는 상당히 큰 이 시장이, 양 극단에서 확실한 대세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오라클과 MySQL로 인해 마치 ‘틈새 시장’처럼 보여지게 되죠.

SQL 서버의 시장은 오라클에 비하면 현실적으로 엔터프라이즈라고 말하기에는 좀 부족한 상태입니다. 물론, 1년 전까지 SQL 서버 성능관리 툴을 개발했던 제 경험으로는, 기술적으로 SQL 서버 2005와 2008은 이전 버전들에 비해 크게 진보된 제품이라는 것을 알고 있고, 적어도 기술적으로는 오라클도 상당히 위협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DBMS의 ‘시장’은 기술의 진보만큼 빠르게 성장하지 못합니다. 당장 SQL 서버쪽의 컨설팅 등의 인력은 오라클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고, 지원 툴들이나 레퍼런스도 형편없는 상태입니다. 한마디로, 현재로서 SQL 서버는 기술적으로는 오라클을 상당히 따라잡고 있지만 오라클의 막강한 인프라에는 전혀 미치지 못하는 상태입니다.

또 한편으로, MySQL도 오픈소스 최고의 인기 RDBMS라는 배경으로 관련 인프라 규모가 상당히 큽니다. 이런 상황에서 오라클이 MySQL까지 가지게 되었으니, 막강한 시장과 풍부한 인프라, 그리고 해당 시장에서 쉽게 흔들리지 않을 상징성까지, 즉 ‘전부’를 가지게 된 거죠. 결국 SQL 서버는 미드레인지 분야에서 시장은 상당히 차지했지만 아직 가야할 길이 한참 먼 상태에서 오라클의 막강한 오른손과 왼손 사이에 껴버린 모양새입니다.

오라클은 당연히 이런 비젼을 사전에 감안하고 그 효과를 노리며 이번 인수를 추진했을 겁니다. 그리고 이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외부인들이 일반적으로 짐작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빠르게 오라클과 MySQL 사이의 시장 간격을 기술적으로 메꾼 미드레인지 제품을 내놓으려고 노력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오라클이 기술적 간격을 메꿔서 SQL 서버의 시장을 직접 공략하는 미드레인지 제품을 시장에 내놓는 데에 얼마나 시간이 걸릴 지는 오라클 자신만이 알겠지만, 오라클이 전략을 전혀 모르는 바보가 아닌 이상, 길어도 1년 이상 걸리지는 않을 겁니다.

따라서 이번 오라클의 선 인수는, DBMS에서 본격적인 엔터프라이즈 시장으로 진출하려고 추진하고 있는 MS의 전략에는 큰 도전일 수밖에 없고, 오라클이 미드레인지 제품을 만들어내는 기간 안에 MS가 더 강력한 카드를 내놓지 못한다면, SQL 서버의 시장은 확대는 커녕 시장 규모 유지를 심각하게 걱정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그리고 이런 점을 모를 MS도 아니죠.

그러니 향후 1년 정도 사이에는 온갖 일이 다 일어날 것으로 생각되구요. 물론 IBM의 DB2도 MS만큼 심각하고 직접적인 위협을 받지는 않겠지만, 그렇지 않아도 막강한 시장 1위인 오라클의 점유율이 더 올라갈 수밖에 없는 만큼 IBM도 강력한 대응책을 모색하겠죠. 이제 DBMS 업계 전반을 태풍이 몰아칠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어떻습니까. 제 공상이… ㅎㅎㅎ

4월 22일 오전 추가 ———————————————————

아래 댓글을 보다가 생각난 부분이 있어 추가로 씁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2006년 초에, MySQL은 넷프라스트럭쳐라는 회사를 인수합병하면서 그 CEO였던 짐 스타키를 영입한 적이 있습니다. 짐 스타키는 인터베이스(이제는 저희 제품이죠)와 파이어버드의 개발 책임자였던 사람으로, 두 제품의 ‘아버지’라고 불릴 정도이며 DBMS 개발 업계에서 대단히 유명한 인물입니다. 그리고 넷프라스트럭처는 짐 스타키가 자신이 개발하고 있던 파이어버드의 차세대 엔진을 먼저 도입해서 상용화한 것이구요. MySQL은 오라클이 InnoDB를 합병한 후 그 대응책으로 짐 스타키에게 InnoDB를 대체할 MySQL의 차세대 엔진 개발을 맡겼었습니다. 바로 이 파이어버드 기반의 차세대 엔진이, 말씀하신 미드레인지를 타겟으로 한 것입니다.

이 사건에 대해서는 제가 볼랜드포럼에 썼던 글에서 더 자세히 설명이 되어 있습니다.
http://www.borlandforum.com/impboard/impboard.dll?action=read&db=free&no=11667

그런데, 이번 인수합병으로 MySQL을 가지게 된 오라클의 입장에서는, 짐 스타키가 개발중이던 MySQL의 차세대 엔진에 관심이 있을 리가 없습니다. 오라클로서는 MySQL과 InnoDB를 모두 가져버린 만큼 굳이 InnoDB를 대체할 새 엔진을 개발할 이유가 없으니 바로 프로젝트를 중단시켜버릴 것이구요.

오라클로서는 현재의 상태 이상으로 MySQL 자체의 기능을 업그레이드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MySQL을 ‘오라클화’하는 작업을 진행할 것입니다. 이 작업이 어떤 수준으로 할지.. 즉 MySQL의 일부 기능을 죽이면서 오라클에 동화시켜나갈 것인지, 혹은 기능은 그대로 두고 오라클의 기능을 접목해 나갈 지는 알 수 없지만, 오라클이 선택할 수 있는 방식은 무궁무진합니다.

어제 저녁부터 오늘 아침 지금까지 나온 기사들을 보면, 오라클이 오픈소스 DB인 MySQL을 ‘떠안은’ 것이 독이 될 것이라는 추측성 기사들이 많더군요. 하지만 오라클이 취할 수 있는 향후의 전략은 수없이 많은 방법들이 있고, 오라클 입장에서는 바로 ‘꽃놀이패’가 되는 것이죠. 오라클의 선 인수에 있어 MySQL이 적어도 절반 정도의 이유였을 것이라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예를 들면 이런 방식도 가능합니다. InnoDB와 MyISAM 파일 엔진도 그대로 두면서 오라클 파일 엔진을 추가로 선택할 수 있게한다든지 InnoDB 대신 오라클 엔진을 디폴트로 바꾸고, 오라클 엔진을 선택할 경우 유료화하는 것입니다. 그리고는 “InnoDB와 MyISAM보다 오라클 엔진 기반의 MySQL의 기능이 월등하다”라는 자료를 수없이 만들어내면서 홍보전을 벌이는 거죠. 이 과정에서 InnoDB 등 MySQL 원래의 기능들을 저평가하거나 심지어는 실제로 성능을 좀 떨어뜨려버리는 등 약간의 장난을 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결국 기존의 MySQL을 무리하게 유료화하는 부담을 지지 않더라도, MySQL의 시장을 실질적으로 유료화해나갈 수 있는 수가 생기게 되죠. 경우에 따라서는, 아직 사용자나 지지자가 상대적으로 적은 InnoDB를 제공 중단해버리고 MyISAM과 오라클 엔진만을 선택 가능하게 한 후 오라클 엔진 기반의 MySQL을 선택하도록 유도할 수도 있습니다. 오라클의 입장에서는 InnoDB의 기술적인 기반이 탐나서 인수한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MySQL을 노렸던 것이기 때문에 InnoDB도 MySQL의 파이어버드 기반 차세대 엔진과 마찬가지로 별 고민 없이 죽여버릴 수 있을 겁니다.

제 관심사가 아니기는 하지만, 오라클의 인수 의도가 서버 사업이라든지 자바 때문이라든지 그런 관측들은 핵심을 한참 벗어난 거라고 보입니다. 상식적으로 오라클이 서버 사업에 진출하겠다는 의사를 제대로 표명한 적은 단 한번도 없었지만, MySQL을 지배하기 위해서는 여러번 액션을 취해왔습니다. 물론 다양하게 서버를 이용할 수는 있겠지만, 오라클 입장에서는 선이 독자적으로 살아온 지금까지에 비해 서버 사업을 대폭 줄여버릴 겁니다. 오라클의 입장에서는 HP나 전문적인 델 같은 하드웨어 벤더가 되고 싶어할 가능성이 별로 없습니다. ‘서버 사업이 오라클의 기존 사업들과 중복되지 않으니 시너지가 생긴다’라고 말하는 기사들도 있던데, 좀 무리한 추측이라고 보이죠.

4월 22일 오후 추가 ———————————————————

짐 스타키는 작년인 2008년 6월에 MySQL을 떠났다고 하는군요. 그가 파이어버드 엔진을 기반으로 개발중이었던 팰컨(Falcon) 엔진은 퇴사할 당시에도 미완인 상태였구요.

http://www.theopenforce.com/2008/06/falcon-and-jim.html

팰컨 엔진은 MySQL 6.0 알파 버전에 포함되었는데, 오라클 입장에서는 팰컨이 완성되고 MySQL 6.0이 정식으로 발표되고 나면 MySQL에 대한 여러 부담이 더 커질 겁니다. 그러니 오라클로서는 어떤 식으로든 팰컨을 지연 혹은 중단시키려고 할 가능성이 크겠고, 오라클 엔진이 도입될 경우 팰컨 대신이라고 주장하면서 팰컨을 사장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팰컨은 상당히 빠른 성능을 자랑하는 현재의 파이어버드보다 더 개선되었던 넷프라스트럭쳐를 기반으로 한 만큼, 파이어버드보다 더 빠를 것은 확실하고, 미드레인지 급에서는 오라클의 성능을 크게 위협할 수 있죠.

MySQL 6.0 버전에서 사실상 변경된 부분은 팰컨 엔진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재작년에 첫번째 알파 버전이 나온 MySQL 6.0이 아직도 알파 상태입니다. 얼마전 2월에 6.0.9 알파가 공개되었죠. 짐 스타키가 나간 후로 팰컨 프로젝트에 문제가 좀 있다는 얘기일 수 있는데요, 이쯤 되면 오라클 입장에서는 팰컨 프로젝트를 중단시킬 충분한 이유가 될 수 있겠네요.

3 comments for “선을 인수한 오라클, MySQL은 어디로?

  1. 제 기억이 맞다면 sab db를 mySQL이 M&A한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MySQL보다는 좀더 기업용 DB에 맞는 것으로 들었는데, 어쩌면 mid range용 DB도 이미 소유한 것인지도 모르겠네요.

  2. MySQL과 SAP DB와의 관계는 인수가 아니라 상호 제휴 수준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와 비슷한 사건이 있었는데, 그건 파이어버드의 개발 총책임자였던 짐 스타키를 영입하고 그의 회사를 인수합병한 건입니다. 이 건은 상당히 중요한 내용인데.. 원문에 추가로 쓰겠습니다. ^^

    • 말씀하신 짐스타키의 이야기를 Firebird진영의 영문자료에선가 임프님의 글에서 본 기억이 나네요. (어느쪽에서 봤는지는 정확하지 않지만 님의 글을 보고 영문자료를 이후에 본듯한 기억입니다.) 뭐 MySQL을 주로 쓰시는 분들은 상관이 없으시겠지만, FireBird를 사용하려 하는 입장에서는 아쉽던 부분이었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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